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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발작을 보이는 아이
글제목: 분노 발작을 보이는 아이

 

<  분노 발작을 보이는 아이  >

                      

                                       글쓴이 : 권 영민(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소장)


[ 우리집 딸아이는 평소에는 아주 상냥하고 얌전한 아이다. 그런데 조금도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붓기 시작해서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발작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우리 부부가 정말 무서웠던 것은 지난 밤에 있었던 일이다.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이였고 아이는 차 안에서 잠들었었다. 집에 다 도착한 터라 아이를 깨웠는데, 아이는 깨자마자 너무나 화를 내면서 벽을 차고 소리를 지르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그 소리가 너무 큰 나머지, 아파트 옆 집 사람들이 나와 보고 시작했고 우리 가족은 너무나 창피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의 고집을 달래기 위해 업고 안고 그러면서 아이의 행동은 진정되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 그 애가 그처럼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럴 때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막막해지기만 한다. ]

 부모라면 아이를 키우면서 위와 같은 경우를 거의 대부분 겪게 된다. 그런 아이의 행동을 많이 겪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의 경우는 그저 한 두 번 나타났다가 이내 곧 사라지는 행동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럴 때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아이의 감정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제대로 개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하여 부모는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가?

우선, 아이가 몇 살인가? 하는 점이다.
 아직 나이가 어린 유아들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불편한 상태에 따라서 이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이가 자신의 불편함을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표현한다면, 우리는 아이의 행동을 너무나 느닷없다고 느끼게 되고, 간혹 ‘발작을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그토록 얌전하던 아이가 이 때에는 아이의 행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진정되지 못했을까?
 부모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별 이유도 없었는데 아이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행동을 보였고, 조용한 밤에 아이의 갑작스러운 소란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부모는 달래기를 시도했을 것이다. 아이의 행동이 잠잠해졌으니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실상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될 수 있는 거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의 거칠고 폭발적인 행동에 부모가 쩔쩔매고 자기를 달래기 위해서 안고 업고 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즉 평소에 착하고 얌전하게 있었던 때보다 거칠고 폭발적인 행동에 부모는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에피소드는 아이들의 고집과 떼부림이 어른들의 핀잔과 비난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우선은 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주관적인 잣대에 의한 행동 평가가 아닌, 객관적인 시야를 갖고 아이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는 중립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행동은 보이는 측면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행동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살펴본다. 또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아이가 얻게 되는 이득이 무엇인지를 세심하게 살펴본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나 의견을 보다 적절하게 표현하여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구도 충족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까?
 말을 훈련시키는 데에 있어서도 ‘채찍’과 ‘당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진다. 여기에서 채찍과 당근은 모두 강화물에 해당하며 올바른 행동을 지속시키고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을 담고 있는데, 그것을 ‘강화의 원리’라 말한다.

지금부터 강화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자.

1. 강화물은 보상이다.
 강화란 목표로 하는 어떤 행동이나 새로운 행동이 나타났을 때 그 행동을 지속시키고 증가시키기 위해서 보상이 될 수 있는 강화물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목표로 하는 행동이 있은 직후 강화물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 일에 대한 권태감이나 지루함은 강화가 잘 주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인 어려움이다. 또한 강화물 자체가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작용하지만, 강화물을 주는 사람과 강화물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강화가 발생할 수 있다.예를 들면, 부모가 아이를 얼러줄 때, 아이는 방긋방긋 웃는다.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부모에게 서로가 강화자인 셈이다. 부모는 아기를 잘 얼러서 자기를 보고 웃게 만들 수 있는 동시에, 아기는 잘 웃음으로써 부모로 하여금 자기를 얼러주는 행동을 계속하게도 할 수 있다.  

2. 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강화물은 무엇인가?
 바람직한 행동에 즉각적으로 강화를 하고 싶을 때는 강화를 제공하는 아동에게 적합한 강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상황이 있지만 아이와의 경험을 통해 내 아이에게 효과적인 강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아이의 나이가 어릴 때는 사탕이나 맛난 과자, 용돈만으로도 그 강화의 효과가 클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나이가 많아지게 되면 단순한 먹거리만으로 보상을 주기는 어려우며, 칭찬의 말, 감탄과 인정, 관심, 학교에서의 높은 점수, 특별한 일에 참여할 기회, 명예로운 조칙체의 성원이 될 기회, 매력적인 이성과 사귀게 될 기회, 타인과 대화할 기회를 얻는 것 등등으로 사회적인 인정, 더 나아가서는 자기만족적 성과를 느낄 수 있는 보상이 더욱 가치있는 강화물로 여겨진다. 내 아이에게 어떤 때에 보상으로 여겨졌던 강화물이 다른 때에도 똑같이 강화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의 다양성, 아이의 심리적 상태와 연령에 따라서 강화의 내용을 유연성있게 변화시키고, 아이의 욕구와 조화를 이룰 때 강화물이 매력적인 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아이가 특정 행동을 한 후, 바로 강화를 해줌으로써 그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바로 그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보상을 해주는지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

3. 강화를 주는 시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가지 행동을 새롭게 가르치려고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행동을 한 직후, 즉각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즉각적인 보상은 반드시 향상된 행동 다음에 곧바로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뒤따르지 않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적합했는지 아니면 적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적절한 변별을 하지 못하거나 적합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적절한 행동은 되풀이되지 않는다.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는데 부모가 깜박 잊고 강화를 해주지 못한 경우도 생긴다. 그것을 부모가 생각해낸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부모가 그것조차 잊고 있다가 아이가 알려주기도 한다. “엄마는 약속도 안 지켜. 내가 혼자 세수하면 같이 논다고 해놓고선.. 나 이제부터 엄마가 세수 안 할거야.”라고 하면서 아이는 부모의 비일관성에 일침을 가한다. 이럴 때 부모는 ‘아차, 맞아. 아까 우리 아들이 세수 잘 했는데, 엄마가 그냥 지나쳐 버렸네. 그래서 엄마가 너한테 세수하라는 잔소리도 안했는데 말이야. 지나갔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워. 지금 놀아보자.’라고 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받아주면 된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도 사람인지라 그렇게 하기보다는 ‘이크, 놓쳤구만. 그래도 자기 세수 잘 했으면 됐지. 뭐 난리야.’,라고 속으로 아이의 일침에 똑같이 삐치게 된다. 어찌 되었던 아이의 행동에 즉시로 보상해주지 못했더라도, 뒤늦게라도 생각이 났다면 아이의 적절하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 함께 반가워하면서 상기시켜주자..한편 실생활에서는 바람직하고 올바른 행동 후에 언제나 강화를 곧바로 받을 수는 없다. 목표행동이 어느 정도 형성된 후에는 강화가 항상 즉각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가 알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강화가 즉시적이지는 않더라도 일관성있게 제공되는 경험을 하다 되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곧바로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적절한 시기에 강화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기며 인내심도 배울 수 있다.

내가 아이에게 적절한 보상이나 칭찬을 하는데도 우리 아이의 행동은 왜 제대로 되지 않을까?
‘역시 우리 아이는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흔히 ‘강화’를 잘못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화에 대한 오해가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보자.

▶ 달래는 것은 강화가 아니다.
 달랜다는 것은 실제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때에도 관심을 주게 된 것이므로 목표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한다. 즉 달래는 것은 변화시키고자 하는 행동에 반대되는 행동을 강화하게 된다. 그것은 바람직한 행동을 한 이후의 칭찬이 아니다.

▶ 뇌물은 강화가 아니다.
 뇌물은 개인을 매수하거나 판단을 흐리게 하여 나쁜 길로 빠뜨리기 위하여 제공되는 선물, 보상, 배상금 등을 말한다. 강화란 바람직한 행동에는 물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도 작용한다. 강화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에 현명하게 사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악용될 수도 있다. 뇌물로 쓰여지는 강화는 잘못 사용된 것이다. 예를 들면, 엄마가 큰 애에게 뭔가 큰 선물을 주면서 ‘이것 사주는 것은 동생에게 양보 잘하라고 사주는 거야.’라고 한다면, 그것은 동생과 잘 지내라는 본질을 흐리게 하므로, 큰 아이는 선물이 있지 않을 때에는 동생을 더 괴롭히고 엄마에게 ‘동생 안 때릴께. 그러면 뭐 사줄건데.’라는 부적절한 상호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다.

▶ 강화원리 이용에는 한계점이 있다.
 강화의 효과가 아무리 크더라도, 각 사람에게는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나이 어린 행동은 나이 많은 아동보다 성취할 수 있는 행동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개개인의 발달 속도는 제각기 다르다. 특정 연령의 아동들이 배워야 할 것을 절대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아동에게 어떤 목표행동을 배우게 할 때, 예상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은 그 아이의 발달상태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아동에게 목표 행동을 설정할 때에는, 그것이 그 아이의 현재의 적응상태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나 주변의 어른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아동이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로운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이러한 강화의 원리를 올바르게 적용하려면, 우선 각자의 인간관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

 부모-자녀의 관계, 엄마-아빠의 관계, 엄마-아이의 관계, 아빠-아이의 관계가 친밀하고 애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이때의 강화의 원리는 더 손쉽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가족관계에서 애정과 관심은 빠진 상태에서 강화만 내세운다면, 그것은 강화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가까이에 있는 부모, 교사, 그 밖의 성인들만이 강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화를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강화하기도 한다. 강화는 상호관계에서 의존한다. 화목한 관계속에서 상호관계는 상대방을 서로 강화한다. 이러한 상호관계는 너무 자동적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강화물은 각 개인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화목하고 친밀감이 넘치는 인간관계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 이 글은 2007년 8월 인구보건복지협회 <아가사랑> 홈페이지의 내아이 건강관리 [놀이와 교육] 컬럼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이 글을 인용하실 경우에는 무단 복사하거나 게재하지 마시고 글의 출처 및 저자를 함께 게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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