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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놀이나 사물에 집착하는 아이
글제목: 한 가지 놀이나 사물에 집착하는 아이

 

< 한 가지 놀이나 사물에 집착하는 아이 * >   

                                                         
글쓴이 : 권 영민(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소장)

< 사례 1 >“나는 파워레인저가 너무 좋아.”, “선생님은 파워레인저 중에서 뭘 제일 좋아해요?”, “철수야! 너 파워레인저중에서 썬더 좋아해? 안돼. 너 그것 좋아하면 안돼. 그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란 말이야.”

위의 대화는 진수(가명)가 친구들이나 어른들과 있을 때 자주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진수 어머니는 진수가
① 친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양보를 안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끝까지 관철시키려 한다.
②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모든 화제를 집중시킨다.
③ 엄마에게 집착하고 분리불안이 있다고 하셨다.
진수의 이러한 문제는 만 2세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만 4세경부터는 더욱 심해졌다.


< 사례 2 >준수한 외모를 지닌 창석(가명)이는 똘똘해보이지만 사람을 잘 쳐다보지 않는 편이다. 창석이를 만나본 사람들은 창석이에 대해서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창석이는 자동차에 관련된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
 -창석이는 주의가 산만하다
 -창석이는 친구와 어울리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며 이따금씩 소리를 지르거나 TV에서 본 선전내용을 따라한다
 -창석이가 그런 행동을 하니까 아이들은 창석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바보 취급한다.

창석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데, 창석이의 이러한 문제점은 어렸을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부쩍 심해졌다.



 위에 소개된 두 사례에 나타난 아이의 행동은 흔히 여러 아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말하기 시 작하면서 혹은 자신의 선호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특정한 만화 인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집착이 다른 장난감으로 대치되기도 하고,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도 그 어떤 물건이나 대상을 무척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서 출생 후 첫 2년간의 발달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히 주양육자와 애정을 담은 정서적 유대감, 호기심, 폭발적인 언어 표현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증대와 같은 것들일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정상 발달 요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그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아이가 TV에서 나온 선전 문구와 노래는 너무나 똑같이 따라하는데, 엄마가 하는 말은 왜 따라하지 않는 걸까? 또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아주 오랜 시간 동안을 어떤 하나의 놀이나 물건에만 마음을 두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그래서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일 때 부모들은 ‘내 아이가 혹시 자폐증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다음에 제시되는 <도표> 는 미국정신의학협회(1994)가 제공하는  [정신장애의 진단통계 편람]에서 “자폐성 장애”의 준거이다. 자폐성 장애란 무엇이며, 자폐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를 자세하게 살펴보자.

< 도표 : 미국정신의학협회(1994), [정신장애의 진단통계 편람] 중 “자폐성 장애” >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손상을 보임. 다음 중 적어도 2가지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
(1)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절하기 위한 눈맞춤, 얼굴표정, 몸의 자세와 몸짓등과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 행동의 사용이 뚜렷하게 손상됨.
(2) 발달적 수준에 적절한 또래관계가 발달되지 않음.
(3) 기쁨, 관심, 또는 성취를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자발성의 결핍(즉 관심있는 대상을 보여주고, 가져오고, 가리키는 행동의 결핍).
(4) 사회적 또는 정서적 상호성의 결핍.

둘째, 의사소통의 질적 손상이 있음. 다음 중 적어도 1가지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1) 구어의 발달이 지연되거나 완전히 결손됨 (몸짓이나 흉내와 같은 의사소통의 대체유형을 통해 보완하려는 시도를 동반하지 않음)
(2) 말을 적절하게 하는 경우에도, 타인과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능력이 뚜렷하게 손상됨.
(3) 언어 또는 개인 특유의 언어를 상동적으로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함.
(4) 발달 수준에 적합한 다양한 가장놀이나 사회적 모방놀이에 대한 자발성 결핍.

셋째, 행동, 관심 그리고 활동이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양상에 국한됨. 다음 중 적어도 한 가지가 나타나는 경우이다.(1) 강도나 초점이 비정상적이며,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상동적이고 제한된 양상의 관심에 몰두함.
(2) 특수하고 비기능적인 고정된 순서의 행동이나 의식에 명백하게 융통성없이 집착함.
(3)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틀에 박힌 운동(손 또는 손가락으로 딱딱 치거나, 비틀기, 또는 복잡한 전체적인 신체운동).(4) 대상의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몰두  

Kanner(1943)가 묘사한 자폐증에 대한 3가지 주요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 특징은, 극단적인 사회적 고립을 보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무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심한 자폐증 아이는 정면으로 상대방을 보지 않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려 한다. 자폐적 행동이 아이에게 나타나는 시기는 비교적 유아기 초기이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부터 무엇인가 다른 점을 느끼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지만, 상당수의 경우에는 이상이 있는 줄을 잘 모르다가 언어발달이 늦을 때 겨우 무엇인가 발달의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전문가를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자폐증은 만 3세 이전에 발병하게 된다. 또한 자폐성 장애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다른 장애도 있기 때문에, 자폐성 장애라고 진단을 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주의를 요하게 된다. 심지어 아이는 상대방을 통과해서 보려고 한다. 만약 선생님이 아이를 무릎위에 앉히려하면, 아이의 몸은 선생님에게 안겨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선생님을 의자인 것처럼 선생님 가슴에 자신의 등을 대고 앉을 것이다. 아이가 부모가 문을 열어주기를 원할 때에 문 열어달라는 말을 하지 않고, 아이는 부모의 손을 문손잡이로 가져가서 문손잡이에 부모 손을 닿게 할 것이다. 즉 이는 아이가 부모를 사람으로 보다는 기껏해야 사물로서 존재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동일성에 대한 병적(이상적인) 요구를 보인다. 이러한 요구는 아동 자신의 행동과 환경 둘 다에 적용된다. 아동이 자신의 행동을 가지고 반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랫동안 앞뒤로 몸을 흔들거나, 집열쇠를 목에 반듯하게 거는 것이나, 마루를 위아래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단순한 것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좀더 복잡한 의식과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5세 정도 된 아이는 장난감 트럭을 가지고 와서 차 옆구리로 돌리고, 윙윙 소리를 내면서 바퀴를 돌리며, 창문으로 건너가서 창틀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밖을 내다본다. 그런 후에 다시 트럭으로 돌아간다. 이 전체적인 순서를 계속해서 반복할 뿐이다. 환경의 동일성에 대한 요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아동은 똑같은 음식을 똑같은 접시와 식탁에서 먹어야 하고, 같은 옷을 입어야 하며, 가구 배열이 같아야 한다. 예를 들면, 영화 [말아톤]에 나온 주인공은 김밥만을 식사로 했고, 언제나 볶음밥만을 즐기던 아동도 있었다. 동일성 요구의 강도는 행동의 경직성뿐만 아니라 사소한 방식으로 환경을 변화시켰을 때, 즉 다른 음식을 주거나 의자를 방의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했을 때 아이가 나타내는 공포와 분노로도 증명된다.세 번째 특징은 함묵증 또는 의사소통이 아닌 언어 표현이다. 함묵증상은 자폐증을 지닌 과반수의 아동에게서 나타나며 일생동안 지속된다. 의사소통이 아닌 언어에는 반향증(타인이 했던 말이나 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그대로 반복하는 것), 상황에 맞지 않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 극도로 문자 그대로 말하기, 1인칭 단수 대명사를 사용하는 것의 어려움(“나 배고파요.”가 아닌 “철수는 배고파요.”로), 나 대신에 너를 사용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제시했던 <사례 1>의 진수의 문제인, 좋아하는 것에 과도한 집착은 자폐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동일성에 대한 고집스러운 추구라기보다는 유아기 혹은 초기 아동기에 나타나는 자기중심성으로 아직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조망수용능력이 적절히 발달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행동으로 이해된다. 또한 친구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양보도 안 하는 점은 사회성 발달이 미숙한 상태로 자기중심적 태도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엄마에게 집착하고 분리불안을 보인다는 점은 자폐증 아동이 엄마의 존재를 사물로 인식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자폐 아동들은 분리불안과 같은 정서적 인식이 많은 부분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례 1>의 아이는 자폐성 장애의 요인보다는 유아기의 부모-자녀 애착관계의 불안정에서 오는 정서적 문제의 외현화된 행동으로 판단된다.

 반면 <사례 2>의 창석이가 드러낸, 자동차에 관련된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는 점은 제한된 관심 영역에서의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친구와 어울리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한다는 점과 또래와의 실제적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질적 손상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따금씩 소리를 지르거나 TV에서 본 선전내용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의사소통에서의 질적 손상으로 타인과 상호작용을 위한 대화를 시도하거나 지속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 창석이는 외동이로, 부모님은 창석이의 행동이 또래와 비교할 때 얼마나 다른지를 잘 구별할 수 없었다. 한편 부모님은 자기 혼자서도 비교적 시간을 잘 보내는 창석이가 편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창석이의 문제의 징후들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외동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내 아이가 정상적으로 커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부모로서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외에, 내 아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내가 모르던 내 아이의 잠재력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내가 미심쩍어하던 내 아이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게 된다.


* 이 글은 2007년 8월 인구보건복지협회 <아가사랑> 홈페이지의 내아이 건강관리 [놀이와 교육] 컬럼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이 글을 인용하실 경우에는 무단 복사하거나 게재하지 마시고 글의 출처 및 저자를 함께 게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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