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권 희경(현 지와감심리상담센터 소장)
부부 및 연인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에게 바라는 점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바라는 점들은 그 내용이 저마다 다르며 그 수준 또한 모두 다르다. “내 부인은 적어도 시댁식구들의 생일은 잊지 않고 기억하지 않아야 하는가? ” “내 남자친구는 날 사랑한다면 늘 나를 데려다 주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물론 맘놓고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은 내 배우자이며 내 연인이기도 하지만, 자주 싸우는 커플들의 의사소통을 잘 보면, 배우자에게 바라는 기대와 신념들이 매우 경직되고 당위적이라는 점을 발견하곤 한다.
갈등이 심한 커플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꼭 ...해야만 한다”는 기대와 요구를 하고 있으며, 그것이 안 되면 “그는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아, 혹은 그녀는 연인으로서 거의 가치가 없군!”하는 투로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판결을 내린다는 점이다.
그런데 각각의 배우자나 연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 나름대로는 힘을 다해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주었다고 하는데, 부인 쪽에서는 받은 바 없다고 하고, 또 마찬가지로 부인은 주었다고 하는데 남편은 받은 바 없다고 하고 서로 서운해 하고 싸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부부 및 연인들의 싸움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받을 사람은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못 받았다는 것이며, 줄 사람은 자기가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었다는 논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연인들이 사이가 깊어지면서, 부부사이가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파트너에게 그 동안 소망했던 성역할 개념을 많이 요구하게 된다. 성역할 개념이란 남자라면, 여자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대와 관련된 생각들이다.
많은 갈등의 내용 중의 하나는, 자신의 성역할 개념과 파트너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성역할 개념들이 서로 다를 때라는 것이다.
가령, “남성은 늘 여성위에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일을 성취해나가는 것만이 남성으로서 할 일이며 여성은 남성을 도우며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존재일 때 가치롭다”라고 학습된 남성 혹은 여성은 자신의 배우자에게도 그것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와 문화가 규정한 성역할들만을 고집하고 개인의 욕구와 현실적 상황을 무시하게 되면 참으로 커플 관계를 성숙하게 이끌어 가기 힘든 것이다. 커플과 부부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지적 접근의 상담이 효과적인 접근방법으로 추천되고 있고, 그 효율성도 연구에서 보고 되고 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인지적 부부치료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수정하기’이다.
여기서 기대(expectation)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결혼자체 혹은 결혼관계에 대한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배우자 혹은 시댁(처가) 식구에 대한 기대이다. 기대가 달성되지 못할 때 인간이 체험하는 정서는 대개 실망, 좌절, 분노 등인데 이 감정들은 표현하는 과정에서 부부간 혹은 가정 내의 갈등이 생긴다. 처음에는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사람들은 같은 기대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부정적 기대를 가지며 자기의 생각이 옳았다는 확인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 현상을 부정적 기대의 자기예언 확인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인지치료는 이와 같은 인지과정과 인지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잘못된 귀인을 수정하기’이다.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귀인으로는 상대방의 행동을 그의 악의나 못된 성격, 즉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영속적인 속성에 귀인 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정적 내부 귀인은 여러 가지로 해로운데 무엇보다도 관계개선에 대한 희망을 단절시키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인지치료의 목표는 이러한 ‘구제불능 가설(terminal hypothesis)'을 직면하고 수정하는 것이다.
셋째는 인지적 방법에 의한 ‘부부 상호작용의 수정’이다.
우리는 생각은 바뀌어도 감정이나 행동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체험한다. 이 기법은 행동계약이나 대화기술 훈련, 기대나 귀인의 수정 등이 효과가 없을 때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인지적 재구성 과정에서는 사랑에 대한 부부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는데, 어떤 부부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는지 확인하려고 들고, 그들은 이 질문에 대하여 실무율적으로 결론짓기를 원하며, 상담을 받으면 이런 사랑이 존재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도 가정한다.
부부들은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배우자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상담을 통하여 부부 및 연인들은 “그(그녀)를 사랑하지만 그(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그녀)의 모든 행동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지 않는다” 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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