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장 재홍(현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현 지와감심리상담센터 객원상담교수)
오늘의 기성세대는 우리의 청소년을 기이하다 못해 불쾌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해괴한 빨강머리에 귀걸이를 한 남자아이, 땅을 쓸고 다니는 힙합바지와 핸드폰을 삐져나오는 랩음악. 이런 모습에 다정한 눈길을 보내는 어른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 한편으로 기성세대는 걱정의 눈으로 오늘의 청소년을 바라본다.
다음 세대를 이어갈 우리 아이들이 친구가 억울하게 얻어맞고 있어도 비굴하게 못 본척하거나 심지어는 이에 동조하여, 어느 조사연구에서는 78.1%의 청소년이 왕따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교실에서는 선생님을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어떤 중학교 3학년생은 지하철에서 자신을 훈계하는 노인을 계단에서 밀어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한 청소년 문제들에 대해 어떤 이들은 청소년의 문화가 우리와 다른 것이니 기성세대가 이해해 보자고 애써 자위하고, 어떤 이들은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청소년을 벌레 보듯이 경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처방책을 내어놓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상담심리학자로서 나는 매일 그들을 상담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사랑받은 흔적이 없다는 것에 가슴 아파한다. 많은 부모들이 돈이나 물건으로 아이의 욕구를 채워줄 뿐, 진정으로 청소년의 마음에 귀기울이지는 않는 듯하다.
사랑과 존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는 이 세상에서 무의미한 존재고, 인정받을 희망이 없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정작 그들이 필요로 했던 관심, 존중, 사랑을 부모가 주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아버지도 자녀교육에 참여하자는 취지로 ‘함께하는 아버지, 건강한 청소년’의 캠페인을 벌였고, 그 즈음에 아버지의 일반적 고정관념을 조사한 적이 있다. 거기서 드러난 아버지들의 편견은 ‘관심은 있지만 시간이 없다’, ‘자녀교육은 엄마 몫’, ‘요즘 아이들 이상해’, ‘아이들은 알아서 큰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정관념들은 겉의 내용은 서로 달라 보여도, 핵심은 ‘자녀가 필요로 하는 관심과 대화, 사랑은 내 사정 때문에 못 주겠다’는 것이다. 가정을 이루는 한 축인 아버지의 사랑이 빠져버리면 엄마는 혼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는 엄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의존적이 되거나, 부모가 자기의 자율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면 거기서 벗어나려고 독립의 목소리를 더 크게 외치게 된다.
청소년기에 반항이 좀 더 두드러지는 것은 그들이 사고능력에 자신감이 더 붙고, 신체적으로도 어른 만큼 성숙해졌기에 자기 목소리를 더 분명하게 내는 것이다.
과격시위나 테러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좀 더 놀랄만한 행동으로 이목을 끌려고 한다. 머리에 형형색색 물을 들이는 것도, 남자가 귀걸이를 하는 것도, 땅을 끄는 바지를 입는 것도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에 대해 자신들을 돌아보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드러내는 방법이 기이할수록 그들의 마음이 수용되지 못했고 좌절도 컸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반항적 행동의 이면에는 “왜 날 인격체로 존중해 주지 않았는가, 당신들에게 사랑받는 기대를 포기했으니 이제는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이며, 이것은 부모를 향한 원망어린 절규이다.
상담이라는 것은 그러한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들이 목말라하던 사랑을 주어 다시 건강한 자기로 되돌아 가게 만드는 작업이다.
상담과정과 마찬가지로, 오늘의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들이 필요로 했던 건강한 관심과 사랑을 제공해 주는 일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보고, 부모의 욕심대로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들의 기질과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하겠다.
청소년은 오늘의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금전만능주의,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 일등이 아니면 안된다는 현대의 지나친 경쟁의식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이러한 사회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내 자녀, 내 이웃의 자녀, 내 친척의 자녀에게 만큼이라도 건강한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것은 우리의 부모로부터 받았왔던 사랑을 아랫세대에 되돌려주는 ‘내리사랑’의 실천이며, 어른된 자로서의 책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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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자가 본 오늘의 청소년 문제와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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