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권 희경(현 지와감심리상담센터 소장)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부딪히는 문제가 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혹은 이제 여자로서 쓸모없다는 생각에 매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성폭력 피해의 가장 중요한 치료적 과업은 피해의 책임을 재해석하는 작업과 피해의 결과를 자신의 탓이 아닌 가해자의 탓이라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입니다.
내담자들은 왜 자꾸 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게 되는지 귀 기울여 들으니 이구동성으로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자기도 잘못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① 내 자신은 그 상황에서 ‘안돼’라고 말하지 않았다거나, 그들이 그 당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공범이라고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가해자와 알고 있던 사이라서 미움과 애정이라는 양가적인 감정 때문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 버리기도 합니다.
③ 성폭력 중에 가해자를 향하여 친밀감을 느꼈거나 피해당시 신체적인 성적 흥분을 경험한 것 때문에 계속적으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러한 마음들로 인하여 평생을 자기탓을 하며 살고, 게다가 순결과, 정조의 상실이라는 관념속에서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을 하거나 심각한 다른 만성적인 심리적 질병으로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상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입니다. 설사 내담자가 성적 흥분을 느꼈던 것도 자극에 대한 신체적인 반응일 뿐인 것 입니다.
본래 책임이 있는 곳에 책임을 둘 수 있을 때, 이제 성 피해자들은 그들이 어떻게 속았고, 매수되었으며, 위협되었고 혹은 강요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단계로 갑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친근하게끔 했는지, 피해자의 부모의 신뢰를 어떻게 얻었는지, 복종 혹은 관심의 필요를 어떻게 악용했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혼자 남게 되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을 돕습니다. 혹은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발설하지 못하도록 위협하였거나 피해자의 죄책감을 자극하였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러한 일련의 질문들은 피해자로 하여금 본래 책임이 있는 곳에 책임을 둘 수 있게 하면서 이제 그들의 분노가 정당화되고 공감되게 하는 시점입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치유가 빨리 되기 위해서 치료과정 중에 가족들에게 다음과 협조를 구하기도 합니다.
1. 우리 자녀(혹은 부인)는 절대 더럽혀진 것이 아닙니다. 폭력을 당한 것 뿐입이다. 그녀의 순결과는 어떠한 관련도 짓지 맙시다.
2. 성폭력 피해자 탓은 금물입니다. "왜 그곳에는 갔니? 그곳에 안갔더라면! "하는 반응은 피하고.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을 가한 사람의 문제 피해자의 말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3. 분노와 보복심리는 뒤에 가집시다. 먼저 냉정한 판단으로 법적 대응의 고려합니다.
4. 성폭력피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거나 심리적 상처를 깊게 입히는 것이므로, 가족은 반드시 피해자를 치료 및 상담기관에서 도움을 받도록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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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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