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홍 글(현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지와감심리상담센터 객원교수)
몇 학기 전 나는 어느 대학의 학부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 학생들은 당체 공부에 열의를 내지 않아 나는 상당히 실망했었고, 무심결에 ‘내가 받는 시간강사 월급만큼만 가르치자’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그러면서도 당시에는 내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몰랐던 것 같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와 이야기하던 중, 요즘 교사들의 교육관이 많이 바뀌었는데 이전에는 교사가 ‘성직’이었다가 점차 ‘전문직’으로, 그리고 이제는 ‘노동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문뜩 나 또한 스스로를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돈 받은 만큼만 가르친다’는 것이 바로 교육을 돈으로 환산한 것 아닌가.
나의 교육관에 물질주의와 상업주의가 이미 파고 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현대는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이고, 상업주의가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우리의 정신 곳곳에 침투해 있는지 정밀하게 검토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TV 광고에서는 연일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그 상품이 행복의 지름길인 양 우리를 꼬드기고 있고, ‘사랑하는 이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카드광고는 돈과 명예를 ‘행복’ ‘사랑’과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수백 억원의 복권 당첨금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는데, 사행심을 부추긴다고 반대하던 이들도 슬며시 사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고들 한다. 이와 더불어 청년들은 ‘명품’ 병에 멍들고, 순간의 욕심 때문에 수천 만원의 카드 빚을 지고, ‘복권도둑’이란 신종 도둑이 생겨나고 있다.
상담자로서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돈이나 물건은 단지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남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 주관적인 행복감을 얻는 것이 사람 욕심의 본질인 듯 싶다. 그런데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는 다른 많은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이나 물건과 같이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것만이 행복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중독에 걸린 청년들을 상담하다 보면, 그들이 인터넷 이외의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에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상담자가 다른 대안들, 예를 들어 독서, 운동, 만화, 친구 만나기, 영화보기 등을 권해 보지만, 그들은 그것이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주진 않는다고 거부해 버린다. 분명 끈기를 가지고 하다보면 신체적으로도 정신건강의 측면에서도 유익하고, 더 큰 행복을 주는 것인데도 말이다.
대학생활은 청년들에게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 미쳐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랑, 우정, 정치, 문화, 진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사회인이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다.
나는 상담자로서, 이 시기에 여러분이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를 권한다. 자격증 준비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지금 여기서’ 행복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은 진정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장애자를 돕는 자원봉사는 어떤가? 친구에게 정성어린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떤가? 그냥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마음에 담는 일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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