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권 희경(현 지와감심리상담센터 소장)
1. 옹고집형
내담자는 P시에 사는 고 2학년 남학생으로, 시험 때만 되면 설사를 하거나 불안해지며, 공부할 때마다 엉뚱한 공상이나 생각이 끊이지 않는 강박증 증세로 상담실을 방문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머리는 좋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였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성격을 바탕으로 현재 많은 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내담자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서 아버지의 기대가 컸는데, 자신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했지만 아버지는 법관이 되기를 자주 요구하였다. 아버지는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법관이 되어야 한다’면서 수시로 압력을 주었고, 내담자가 컴퓨터에 앉아 있는 것을 참아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급기야 아버지가 컴퓨터를 던져 부순 일이 있었고, 이때를 계기로 내담자의 정신과적 증상이 시작되었다. 내담자는 이런 아버지가 보기도 싫고, 집에 들어가는 것도 싫으며,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2. 일류지향형
내담자는 K시에 사는 중 3 여학생으로, 평소 어머니와 말싸움이 잦고 배가 아파 내과에 들렀더니 신경성 장염이라 하여 상담실을 찾았다. 부모들은 모두 일류대학 출신으로 경제적으로도 유복하다. 내담자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성화로 ‘영재교육’을 받았으며,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예체능, 보습학원, 고액과외 등 많은 사교육을 받아왔다.
내담자는 이러한 과중한 과외가 힘에 부쳐 어머니에게 몇 번이나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너에게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나중에는 나보고 고맙다고 할꺼야, 나중에 잘살려면 일류가 되어야해’라면서 막무가내로 강요하였다.
최근에는 ‘최고의 선생님’을 찾는다면서 어머니가 여러 번 과외를 옮기게 했으며 이것이 발단이 되어 내담자와 싸움이 상당히 심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한번도 자기 마음대로 뭔가 선택한 적이 없었으며, 이제는 학교성적 마저 떨어진 상태이다.
3. 불안형
내담자는 S시에 고 2학년 남학생으로, 매사에 소극적이며, 의욕이 없는 문제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상담실을 방문하였다. 그는 공부에 대해서도 별 흥미를 못 느끼며, '나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자주 말하고, 컴퓨터오락을 자주 하여 부모와 갈등이 많다고 한다.
내담자의 어머니는 평범한 어머니이지만, 자녀에 대해서는 늘 불안하고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도 자녀를 믿지 못했으며, ’너가 커서 뭐가 될지 걱정이다, 그냥 중간이라도 되어야 할텐데‘라는 말을 자주 했으며, 늘 불안하여 딴 부모들이 뭘 가르치는지 관심이 많고 유행이다 싶으면, 그런 과외를 시켜왔다.
내담자가 스스로 자랑을 해도 어머니는 ’그것도 자랑이냐, 00을 잘해야 한다, 남들 봐라!‘라고 핀잔을 주기 일쑤로, 이러한 말에 내담자는 기가 죽는 일이 많았다.
내담자는 공부보다는 기계를 다루는 일에 소질이 있어 공고에 가고 싶었지만, ’대학은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한다‘는 부모의 성화에 마지못해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상담에서는 ’나는 정말 가치가 별로 없나요? 부모 때문에 내 진로가 막혀버린 느낌‘이라고 한다.
4. 하인형
내담자는 S시에 사는 고 1 여학생으로, 반복되는 가출문제로 부모와 함께 상담실을 방문하였다. 어머니는 외동딸인 자녀를 금지옥엽으로 키웠는데 이렇게 되었다면서 지금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내담자는 어릴 적에 허약하여 병치레가 많았는데, 어머니는 다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또한 자녀의 요구나 부탁을 무조건들어주는 편이며, 또래로부터 기가 죽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어 기를 살리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했다고 한다.
내담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적응상의 문제를 보였는데, 남들이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선생님께 조그만 꾸중만 들어도 쉽게 시무룩해졌으며 부모에게 떼를 쓰는 행동이 늘어났고, 부모는 이를 다 들어주었다 한다.
첫 가출은 중 2때부터로 그때도 부모가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시위성으로 가출을 했다. 현재 어머니는 ‘고등학교만 졸업한다면 뭐든 들어주겠다’고 하면서 딸의 비위 맞추는 일에 급급하다.
5. 무관심형
내담자는 K시에 사는 고 3학년 남학생으로, 같은 반 친구들과 툭하면 주먹다짐을 하는 문제로 상담실을 방문하였다. 그는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많이 나고, 친구들의 농담도 곡해하여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았다.
내담자의 아버지는 주사가 심하며, 특히 내담자에게는 아주 무관심하였다. 친구가 몇인지, 몇 반인지,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무슨 과를 갈까 해도 너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대학진학에도 대해서도 거의 무신경하며 ‘내가 돈만 벌어주면 다 한 것이다. 너가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자주 말한다.
내담자는 이러한 아버지에 대해 분노가 많았으며, ‘나는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도데체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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