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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
글제목: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

 

    <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 * > 

 

       “속마음과 달리 행동이 거친 남자아이"   

                                                         

글쓴이 : 권 영민(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소장)


 이번 글은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남자 아이의 사례를 통해서 산만성과 집중력 부족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그런 문제로 얼마나 어려움이 증폭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부모로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의 실제적인 의미를 나누고자 한다.

▷ 현구의 내담 동기
 현구(가명)가 상담센터에 처음으로 방문한 때는 2학년 겨울방학 중이였다. 다소 검은 얼굴색은 심하게 경계하는 눈빛으로 더욱 검고 까칠해보였다. 어머니가 호소하는 현구의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무조건 울어버림.
② 친구관계에서 협동심이 부족하며, 자기 위주로 행동함(주로 놀이터에서 혼자놀이하는 편).
③ 수업시간에 산만하며, 집중력이 부족함 등이였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의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현구는 학교에서 거의 거부당할 지경에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현구의 이러한 문제가 가정 경제의 어려움으로, 부모님이 집안에서 현구를 돌봐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였고, 적절한 양육의 부재가 현구의 행동과 학습이 적절하게 길들여지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

▷ 현구의 가족 관계
 현구의 아버지는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해 보았으나,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많은 실패를 경험하였다. 그 결과, 평소엔 아이들을 사랑하는 반면에, 음주상태에서는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거칠게 대하였다. 따라서 가정 경제를 꾸려 갈만한 직장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어머니는 급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인데다가, 가정 경제를 담당하느라 돈벌이하기가 불가피하였고, 마음의 여유없이 생활에 지친 상태였다. 경제적인 곤란은 누적되어왔고, 아버지의 음주 문제가 덧붙여져서, 현구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는 항상 불화가 있었고, 가정적인 위기도 많았었다고 한다. 현구와 여동생은 일찍부터 부모님의 따뜻하고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2살 밑의 여동생은 현구에 비해 영리하고 예민한 편이였다. 그래서 엄마의 지시가 없어도 자신의 할 일은 스스로 챙기는 편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구는 주위의 관심과 다독거림을 필요로 하는데, 어머니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윽박지름이나 매를 들기가 쉬웠다.  

▷ 현구의 성장 과정
 현구의 어머니는 현구를 임신하고 있던 당시에,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기절했던 경험이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현구를 출산하는 데에까지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현구는 자연분만으로 양호한 상태로 태어났다. 현구는 출생 후 6~7개월 무렵에 가성콜레라로 1주일간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수면 불량 이외의 다른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  신체발달이나 신변처리능력은 비교적 양호하게 발달하였으나,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해서 다소 늦은 편이였다. 일찍부터, 유아원에 다니면서, 나쁜 발음 상태와 늦은 언어발달 문제는 또래와 비교되었고, 유아원의 선생님은 어머니에게 특별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셨다. 그래서 현구는 대학내부설 아동상담기관에서 평가를 받아보고 6개월간의 언어치료를 받기도 하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였다.학교에 다닌 이후에도, 학교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였다. 학교에서 현구는 공부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거나 돌아다니기 때문에, 학급아이들은 현구를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였다.
 학습상황에서는 지나친 위축과 자신감이 부족한 태도를 보이므로, 그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학업 성적 역시 하위권일 수밖에 없었다. 또래 관계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도 없었다. 가령, 어떤 친구가 좋으면, 먼저 때리고 욕을 하며, 놀이할 때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먼저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편이다. 또 좌절될 때는 소리지르고, 울고, 떼쓰는 행동을 반복 하였으니, 그런 현구의 행동을 반가이 맞아줄 친구는 없었다.

현구의 행동패턴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집중력이 없어서 어떤 일에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웠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지나치게 많이 움직인다.
 -의존적인 경향이 많으며 멍하게 있는 경우가 있고, 충동적으로 생각없이 행동한다.
 -또래에게 놀림을 많이 받는다.
 -지나친 고집부리기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 현구의 심리검사 결과
 현구의 이러한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살피기 위해서, 심리검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현구는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검사를 하기 위해 현구를 검사실까지 데려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서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소리를 지르며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현구는 검사를 하지 않으려는 저항이 너무 강했고, 현구가 검사를 해보려는 마음이 들 수 있을 때에 실시하기로 협의하였다.

 몇 번의 만남 뒤에야, 현구는 비로소 검사에 응할 수 있었다. 신경학적인 기능 이상을 점검 하는 검사에서, 현구의 시각-운동 협응력은 정상 발달 수준이였고, 도형의 크기도 매우 일정하며 도형의 배치도 계획적이였다. 그러나 현구는 주어진 도형만큼 그리기보다는 항상 지시사항이상의 수행을 하는 등의 과도한 고집을 보였다. 심리검사 결과, 현구의 전체 지적 능력은 ‘보통하’ 정도의 수준이었다. 언어적 능력은 ‘보통하’정도의 수준인데 반해서, 비언어적인 능력은 ‘보통’ 정도의 수준을 보였다. 언어성 능력과 비언어성 능력간의 불일치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큰 편이였다. 언어적인 능력이 이렇게 낮아진 데에는,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가정환경에서의 학습기회 부족, 학습장애적 특성(주의산만과 충동 통제의 어려움), 그리고 학업상의 누적된 결손으로 인한 학업 부진 등의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 중에서도, 현구의 인지적 강점은 의미있는 자극에 대한 구성 및 통합력, 계획능력 이였고, 인지적 약점은 일반 상식, 산술능력, 추상적 사고력, 산만성, 사회 상황에 대한 이해력, 규칙 및 지시에 따르는 능력이였다. 일반적으로, 학업 장면에서 요구되는 인지적인 과제들은 보통 언어적 능력을 요하는 영역의 것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현구는 그런 언어능력에서의 결함이 두드러졌으므로, 일반 학업 장면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운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였다. 학업의 어려움은 수업시간의 일탈된 행동을 더욱 촉발시킬 수 있으며, 이런 일탈 행동은 또래의 놀림거리가 되기 쉬웠다. 이렇게 현구의 인지 스타일은 학업과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부적응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드러내주는 투사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현구는 부모와의 애정적인 결속력 부족, 가족 구성원간의 연대감 부족, 동생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대인관계 어려움(또래 관계에서의 소외감, 피해의식) 호소. 충동조절의 어려움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현구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심리치료 및 행동(산만성과 충동조절)상의 문제 그리고 학업적 곤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적인 치료가 병행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는 현구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었다.

▷ 놀이 치료
 현구는 학교 부적응(규율준수의 어려움)과 대인관계 어려움을 완화시키도록 놀이치료가 권고되어 현구는 놀이치료에 임할 수 있었다.치료자와의 초기 만남에서, 현구는 그래도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있었다. 학습이라고 느껴졌던 검사 상황을 거부했던 것과는 달리, 지시가 없고 비교적 자유스럽게 허용되는 놀이치료 상황하에서는 그나마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점차 놀이치료 상황이 익숙해지고 치료자와의 관계도 비교적 안정되자, 현구는 자신의 문제 행동패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구는 자신이 원하는 놀이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라도, 조금이라도 낯설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면, 스스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시킨 것을 하지 않으려는 듯이, “몰라요.” 혹은 “안해요.” 등의 말을 빈번하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회기가 진전됨에 따라서, 현구는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다르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령, “난 자신 없어요.”, “안 할 거예요.” 혹은 “싫어요.” 등의 말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전에는 현구는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듯이, 일방적으로 안 한다는 식의 반응을 일관했으나, 차츰 ‘자신이 그것을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그러나 노력하면 된다’고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알릴 수 있는 식으로 표현이 진전된 것이였다.  스스로 부정적인 어휘나 거친 말을 하고 난 뒤에, 그 표현밑에 담겨있는 현구의 마음을 알아주자, 현구는 이내 부끄러움도 느낄 줄 알게 되었다. 현구는 자기 소유의 물건을 가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한 번은 현구가 그림 그리기를 원했다. 놀이실에서 현구만 사용할 수 있는 스케치북을 정해주자, 현구는 그것을 너무나 아꼈고 그것에 뭔가를 많이 채워 넣으려고 하였다. 또한 그것을 엄마에게 자발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제야 비로소 현구는 자신의 긍정적인 행동으로 주위의 관심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체험을 해보게 된 것이였다. 점차로, 현구의 성실성은 향상되어갔다. 현구의 자신의 바람직한 행동뒤에 주어지는 보상물(사탕과 같은 것)을 동생에게도 전해주려는 여유롭고 온정적인 마음도 갖게 되었다. 현구는 인내심과 침착성이 증가하였고, 공격적인 행동과 타인에 대한 적대감도 줄어 나갔으며 긍정적인 자기-표현도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구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는 경우에는 자신의 반가움과 흥분을 제대로 조절하기 못하였다. 타인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예> 머리를 다른 아이에게 들이받는 행동)하거나 다른 아이를 놀리는 식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시행착오를 빚기도 하였다. 그러나 행동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주어지는 안정된 관계에서, 현구는 바람직한 행동과 바람직하지 행동을 구별하기 시작하였고,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의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해보는 경험을 하였다.

▷ 치료자의 견해
 현구는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어려움, 주의집중력 부족 등의 문제로, 심리검사와 놀이치료를 받았다.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놀이치료를 오래 받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현구는 일정 기간 동안 놀이치료를 경험할 수 있었다. 부모의 불화 및 가정경제의 어려움으로, 현구는 일관성있고 안정감있는 부모의 양육을 받기 어려웠으며, 이로 인해 적절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익히는 것보다는 그렇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 온 것으로 사료되었다.
 또한 낮은 생활 수준 환경은 현구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학습의 기회를 놓치게 한 것 같았다. 현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놀이를 통한 심리치료를 경험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적응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뒤에 이차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행동(산만성과 충동조절)상의 그리고 학업적 곤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교육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병행될 필요가 있었으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의 인지적 치료를 받은 후에, 남은 과제는 현구가 스스로 해보는 것이였다. 그러나 누적되어온 인지적 곤란과 학습 부진을 혼자의 힘으로 지속하고 향상시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현구의 개별 치료는 종료되었다. 몇 년이 흐른 뒤, 어느 날 현구는 상담센터로 느닷없는 방문을 하였다. 그 이후, 현구는 방학 때마다 센터를 방문하거나 가끔씩 치료자에게 편지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라면 하지 않았을 현구인데도 스스로 센터를 방문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안부도 전해주었다. 필자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현구와의 한 토막의 대화가 생각난다. “제가 원래 고집이 쎘잖아요. 제가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안 했었지요. 그런데 그 다음엔 그건 선생님 생각해서 제가 해준 거예요.”라고 쑥스러운 듯 이야기했다. 그렇게 현구는 자신도 알고 남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좋은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험난한 인생을 헤쳐 나가는데 큰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데, 아마 현구에게도 놀이치료의 경험이 그랬었지 않았을까…

※ 주 의 ; 이 사례에 소개된 아동과 그 외의 사항은 개인의 신변 보호를 위해서 다소 각색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 실린 아동의 이야기가 어떤 아이와 다소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아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사례에 소개된 아동의 문제 유형과 그런 문제 행동에 대한 심리적 이해가 부모, 교사들에게 한 가지 지침으로 제공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사용되어야 합니다.


* 이 글은 2007년 8월 인구보건복지협회 <아가사랑> 홈페이지의 내아이 건강관리 [놀이와 교육] 컬럼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이 글을 인용하실 경우에는 무단 복사하거나 게재하지 마시고 글의 출처 및 저자를 함께 게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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